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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하였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이라는 주제의 글인데, 법률가인 내가 보기에도 꽤 일리 있고, 일반인이 변호사를 선택할 때 참고할 만한 글이다.

(이 부분이라도 발췌해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중 "전관예우"에 관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면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하여 선임했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항의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실은 전관예우와 '사바사바'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기 때문에 일어난다."

세이노의 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법률 시장에 처음 접근하는 사람일수록, 나이가 지긋한 분들일수록 "전관"이냐 아니냐가 변호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관예우를 선호하는 풍토 자체가 시민들의 사법에 대한 암묵적 불신을 방증하는 것이고, 전관도 아닌 내가 전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밍구스럽다.

그럼에도 세이노의 말대로 좋은 변호사를 선택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기에 전관변호사 선임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적어본다.

1. 검사출신 변호사가 내 담당 검사와 친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사건이 처리될까?

내가 전관도 아니고, 내 주변인들 중에 전관예우를 통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했다는 사람을 본 적 없으니, "전관예우"가 풍문인지 실체인지 확언하기 어렵다.

또,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면 사법 시스템이 '법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전관이든 현관이든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당신이 맡기고자 하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대기업 총수의 배임 사건이 아니고, 시국사건도 아닌 그저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인터넷에 내 사건을 검색하면 여러 변호사들의 포스팅이 올라오는)민, 형사 사건이라면, 전관출신 변호사라 하더라도 과거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청탁을 요구하기란 체면상 불가능하고, 만약 현직 검사, 판사가 그런 전화를 받았다 하더라도 "네네~선배님" 정도의 답변만 남길 뿐 실제 수사나 재판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리고, 법원이나 검찰은 수시로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에 내 사건을 담당한 (내가 선임한 전관변호사와 친분이 있다고 추정되는) 재판부나 검사가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 구조적으로 전관예우가 내 사건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따라서 전관예우(세이노의 표현으로는 '사바사바')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2. 그럼 전관변호사가 별거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오랜 기간 수사와 재판 일선에서 무수히 많은 사건을 처리하며 익힌 노하우, 법리적 해안은 사건 해결에 귀중한 자원이 된다.

그 대가로 시세보다 비싼 수임료를 받는 것도 일응 타당하다.

따라서 당신이 전관변호사가 '사바사바'를 통해 사건을 처리해 주길 기대하지 않고, 그 변호사의 지식과 노하우에 가치를 둔다면, 전관변호사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어떤 전관 변호사인지가 중요하다.

3. '전시용 전관' vs. '실무용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때, 반드시 확인할 내용이 있다.

"내 사건을 지금 상담하는 변호사가 직접 처리해 주는 것인지 아닌지"

'직접 처리한다'라는 것은 나와 직접 소통하고, 서면을 작성하고, 조사나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다.

의뢰인은 상담을 통해 만난 변호사를 신뢰하고, 사건을 의뢰한다.

그러나 몇몇 네트워크 로펌이나 공장식 로펌에서는 상담한 변호사와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가 다르다.

고객 입장에서 상담 변호사와의 공감대나 대화 내용이 그대로 다른 변호사에게 전달되기 어렵고, 최초 신뢰한 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한다면 그 자체로 "속은 거 아니야?"라는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상담 변호사-사건 처리 변호사를 분리하는 이유가 뭘까?

그 가장 큰 이유는 "공격적인 수임"을 위한 것이다. 상담 변호사는 '수임만 하면 그만'이지 그 사건을 내가 처리할 부담이 없기 때문에 되는 사건이든 안되는 사건이든 일단 공격적으로 수임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관변호사를 선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전관변호사의 사진과 이력을 화려한 이미지로 치장하여 홍보하는 법무법인들이 있다.

화려한 간판이다.

당신이 그 로펌을 선택하는 건 간판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 로펌 소속의 전관변호사가 나를 위해 직접 사건을 진행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임 상담 당시 전관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워 상담을 진행한다고 반드시 그 전관변호사가 당신의 사건을 맡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내 사건을 진행할 변호사가 누구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간판 역할만 하는 '전시용 전관'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할 필요는 없다.

반면, '실무용 전관'도 있다.

한 사건에서 우리나라 5대 로펌 소속의 판사 출신 변호사님과 공동변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변호사님은 재판에 직접 참석하여 변론하셨다.

특히, 증인신문을 진행하는데 그분의 예리한 질문 하나하나에 나도 크게 배웠다.

그런 분이라면 시세보다 더 비싼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아깝지 않다.

따라서 전관변호사를 선택할 때에도 '전시용 전관'인지 '실무용 전관'인지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

4. 나가며

전관도 아닌 내가 전시용 전관이니 실무용 전관이니 말하는 게 조금은 창피스럽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자칫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허튼 돈과 시간으로 낭비하지 않길 바라며 오로지 내 주관과 경험만을 용기 내어 적어보았다.

모쪼록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