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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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내 인생에 커다란 화두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신 사이의 사랑이란 결국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자 그 과정이다.
즉, 사랑은 완결적 개념이 아닌 과정적 개념이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하여야 한다.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끊임없는 좌절을 맛본다.
좌절은 사랑하는 대상이 결코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 나아가 결코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발생한다.
나에게는 자녀들이 있다.
물론, 사랑한다.
그렇지만 매 순간 좌절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이미 각자의 역사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채 하나의 고독한 존재로서 자기 삶을 살아간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나 결코 아이들의 삶 자체와 내 삶이 하나가 될 방법은 없다.
최근 스토킹 관련 범죄를 바라보면서, 내가 내린 사랑의 정의를 곱씹어 본다.
스토킹 피의자들 역시 피해자를 사랑하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스토킹 피의자들이 말하는 사랑은 대상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착각, 특히 피해자의 삶이 나의 삶에 포섭되는 방식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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