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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을 떠나기로 합니다. D-Day는 10월 4일입니다.

바쁜 일정 가운데 굳이 시간을 비워 워크숍을 떠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법률사무소 처지에서는 말이지요.

하지만 떠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뚜렷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도 조직도 사춘기가 오나 봅니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찾고 싶어집니다.

서두에 엄살은 조금 피웠습니다만 사실 먹고 살만 합니다.

그럼에도 뭔가 허전합니다.

그 허전함의 끝자락에 결국 이 질문이 맞섭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밥벌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왠지 그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one of them”이 되고 싶지 않다는 강박적인, 직관적인 판단입니다.

뭐 저만의 느낌적인 느낌도 아닐 겁니다. 아마 모두 그렇겠지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무심코 바라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 인간도 나와 같은, 아니 내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삶의 무게와 이야기를 짊어지고 살겠구나”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결코 같아질 수는 없지요.

그리고 인간의 고유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존재 이유를 찾자 하는 것도 본능 아닐까요?

워크숍을 기획합니다.

기획이라는 말이 거창하지만, 그저 놀고먹는 것에 그치지 말자 정도의 다짐입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합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핵심가치 5가지를 추려보자”

“핵심가치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지켜야 할 무언가,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로 정의하자”

다들 처음에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이따위 번잡한 과제가 웬 말인가?” 퇴사를 고민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뭐라 핀잔하는 사람 없이 하나둘 핵심가치를 보내옵니다.

그들이 보내온 메시지를 들춰보자니 괜히 눈물이 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내가 너를 너무 몰랐구나 하는 미안함이, 둘째, 네 인생의 찬란함이 내 눈을 시리게 만듭니다.

사실 안구건조증이 있는 것도 한몫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각자의 핵심가치를 모아 우리 회사의 존재이유를 찾고자 합니다.

워크숍은 가평으로 떠납니다.

왜 가평이냐 하면 사실 낚시가 하고 싶어 바다로 떠나고자 했으나 최근 가정 불화 등등의 사유로 장거리 출타가 여의치 않아 근교로 갑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초대하고 싶었지만, 형편상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언젠간 함께할 날이 오겠지요. 제철 우럭이 반겨주는 어느 날 반드시 당신과 함께 바다로 떠나겠습니다.

사설이 깁니다. 대체로 우린 그렇습니다. 목적을 정하고 회의를 하더라도 이 사건, 저 사건 이야기 하다 보면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 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다짐해봅니다. 아무튼, 우리가 서로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는 당일 음주량에 따라 달라질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정해졌습니다.

“사랑”

여기서 사랑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각자 군말 없이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보니 모두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핵심 가치 중 공통분모를 찾아보니, 다들 의뢰인의 인생이 나의 인생이다.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워크숍을 떠나기 전 무리하게 정한 우리의 첫 번째 핵심가치는 사랑입니다.

뭐, 10월 4일이 지나야 분명해지겠지만요.

정해지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사히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