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에 있어서 임의해지의 위법성과 신탁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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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에 있어서 임의해지의 위법성은 구 신탁법(2011년 전면개정 이전의 신탁법)과 현행 신탁법의 체계 변화 및 이에 관한 판례의 흐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구 신탁법 제56조에서는 위탁자가 수익의 전부를 향유하는 신탁, 즉 자익신탁의 경우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위탁자의 자유로운 해지권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위탁자 겸 수익자(또는 그 상속인)는 특별한 사유 없이도 신탁을 해지할 수 있었다.
다만 그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없이 수탁자의 불리한 시기에 해지를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56조 후단, 민법 제689조 제2항 참조).
구 신탁법에서 민법의 위임계약의 경우와 같이(민법 제689조) 위탁자의 자유로운 해지권을 인정한 것은, 신탁목적의 설정자(위탁자) 겸 신탁이익의 향유자(수익자) 본인이 신탁의 종료를 원하고 있는 이상 이것을 막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문언에도 불구하고 해지권의 무제한적 행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법원 2005.9.7. 선고 2005다9685 판결은 자익신탁이라 하더라도 해지로 인하여 수탁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는 해지권 남용을 제한한 것으로, 구 신탁법상 자유로운 해지권을 판례가 실질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 1994.10.14. 선고 93다62119 판결은 신탁 종료 후에도 신탁재산의 이전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수탁자가 이전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여, 신탁이 단순한 채권계약이 아니라 위탁자와 수탁자로부터 독립된 재산관계를 형성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신탁을 위임과 동일시하여 자유로운 해지권을 인정하는 견해를 배척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판례의 흐름은 2011년 신탁법 전면개정으로 이어졌다.
구 신탁법 제56조는 “신탁의 해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 때 ‘해지’는 민법 등에 따른 법적인 의미에서의 ‘계약의 해지’가 아니라 ‘신탁을 종료시키는 행위’로 해석되고 있으므로, 현행 신탁법에서는 용어로 인한 오해의 여지를 없애고자 ‘신탁의 종료’에 관한 권한임을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구 신탁법 제56조의 취지가 위탁자와 수익자가 일치하는 경우에 당사자 본인이 바라는 것이라면 신탁을 종료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하다면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사람이라도, 즉 타익신탁인 경우에도 위탁자와 수익자가 신탁을 종료하는 것에 합의한다면, 신탁의 종료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통설적인 견해였다.
따라서 현행 신탁법 제99조에서 위탁자와 수익자는 합의하여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는 “합의에 의한 신탁의 종료”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II. 신탁의 종료
1. 의의
신탁의 종료는 신탁의 효력이 일단 발생하고 그 후에 신탁 본래의 목적에 따른 신탁운용을 중지하고 잔여사무의 처리를 통해 신탁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신탁이 종료되기 위해서는 우선 종료의 원인이 있어야 한다.
신탁법상 신탁이 종료되는 원인으로
첫째, 법정종료사유에 의한 종료(제98조),
둘째, 당사자 의사에 의한 종료(제99조),
셋째, 법원의 명령에 의한 종료(제100조)가 있다.
그 다음 수탁자는 종료에 따른 잔여사무의 처리, 즉 신탁 종료에 따른 계산을 해야 하는데(제103조) 우선 잔여 신탁재산을 수령할 당사자를 확정할 필요가 있고 이는 미리 신탁행위에서 또는 법률에 의해서 확정된다(제101조).
신탁 종료에 따른 계산을 마친 후 잔여재산이 있을 경우에 이를 수령할 자격이 있는 당사자에게 이전하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된다.
2. 신탁의 종료원인
(1) 법정종료사유
법정종료사유로는
(i) 신탁의 목적을 달성하였거나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
(ii) 신탁이 합병된 경우,
(iii) 신탁법 제138조에 따라 유한책임신탁에서 신탁재산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
(iv) 수탁자의 임무가 종료된 후 신수탁자가 취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간 지속된 경우,
(v) 목적신탁에서 신탁관리인이 취임하지 아니한 상태가 1년간 지속된 경우,
(vi) 신탁행위로 정한 종료사유가 발생한 경우(제98조 제1호-제6호)가 있다.
이들 사유가 발생할 경우 당해 신탁은 자동적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당연종료사유라고 할 수 있다.
(2) 합의에 의한 종료
신탁행위로 다른 정함이 없는 한(제99조 제4항), 위탁자와 수익자는 합의를 통해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1항).
신탁을 설정한 위탁자와 신탁의 이익을 향유하는 수익자가 합의한 이상 신탁을 존속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탁자와 수익자는 신탁을 종료하는 것이 신탁의 중요한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 때에도 합의에 의해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
다만, 위탁자와 수익자의 합의에 의한 신탁의 종료는 수익자신탁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수익자가 존재하지 않는 목적신탁에는 적용이 없다.
위탁자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익자는 위탁자와의 합의에 의해 신탁을 종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제99조 제1항 단서).
이런 경우 신탁을 종료할 필요가 있다면, 수익자는 법원에 신탁의 종료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위탁자가 신탁이익을 전부 누리는 자익신탁의 경우 위탁자나 그의 상속인이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2항).
당사자의 의사에 기한 신탁의 종료에서 어느 경우에 의하건 수탁자는 종료의 합의권자의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는 그가 사실상 신탁의 수익을 받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위탁자, 수익자 또는 위탁자의 상속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수탁자에게 불리한 시기에 신탁을 종료한 경우에는 그가 받은 손해를 종료권자들로 하여금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제99조 제3항).
(3) 법원에 의한 종료
신탁행위 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특별한 사정으로 신탁을 종료하는 것이 수익자의 이익에 적합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는 법원에 신탁의 종료를 청구할 수 있다(제100조).
청구권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 법원은 신탁의 종료를 명하는 재판을 함에 있어서 위탁자, 수탁자 및 수익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비송사건절차법 제44조의16 제1항).
그리고 그 청구에 대한 재판은 이유를 붙인 결정으로 해야 하며(동조 제2항), 위탁자, 수탁자 및 수익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동조 제3항), 위탁자, 수탁자 또는 수익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으며, 즉시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다(동조 제4항).
결국 신탁에 있어서 임의해지는 구 신탁법상 형식적으로는 폭넓게 인정되었으나, 판례는 신의칙과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근거로 이를 제한하였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현행법에 반영되어 수익자 보호와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해지 구조를 신탁의 종료 사유로 포섭하는 체계적인 법규정으로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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